ZERO에서 5,409까지
장려상입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 글을 마무리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야기는 2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결과 발표일인 12월 11일 오후 2시. 메일함에 제목 하나가 떠 있었습니다.
“[토스 HTML5 게임 챌린지 with 넵튠] 공모전 결과 안내”
마우스를 잡은 손에 땀이 배었어요. 클릭하기까지 3초가 30분처럼 느껴졌습니다. 화면을 스크롤하다 눈이 한 문장에 멈췄어요.
“제출해 주신 작품이 본 공모전의 최종 당선작(장려상)으로 선정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세 번, 네 번 다시 읽었습니다.
장려상.
숨을 참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어요. 수많은 팀이 출품했고, 그 중 단 8팀만 수상했습니다.
대상 1팀, 최우수 1팀, 우수 1팀, 그리고 장려상 5팀.
게임 개발 경험이 전무했던 우리 세 명이 그 안에 들었어요.
허겁지겁 스크린샷을 찍어 전송했습니다.
“우리 장려상 받았어요.”
잠시 정적. 그리고 빠르게 올라온 “굿” 한 글자가 모든 걸 말해줬어요.
처음으로 만들어본 게임. 새벽까지 눈 비비며 만들었던 그 게임이 입상을 했습니다.
퇴근 후 새벽까지, 주말도 없이, 세 명이 함께 달려온 45일.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가 메일함에 조용히 도착해 있었어요.
그날 밤, 우리는 약속했습니다.
“설화를 자식처럼 키워보자. 한 사이클이 완성될 때까지, 끝까지 가보자.”
장려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습니다.
5,409명이라는 숫자
토스 전체 탭 - 설화 (25.12.24)
공모전 제출 후, 저는 매일 아침 같은 행동을 반복했어요. 눈 뜨자마자 앱인토스 대시보드 확인.
처음엔 불안했거든요. “아무도 안 하면 어떡하지?” “재미없다고 욕하면 어떡하지?”
11월 17일, 출시 첫날. DAU: 56명
적다고 느꼈을까요? 아니요. 모르는 56명의 사람들이 우리가 밤새워 만든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요.
퇴근길 지하철에서 한 손으로 플레이하는 직장인, 점심시간에 잠깐 즐기는 대학생, 주말 오후 소파에 누워 게임하는 누군가.
그 모든 순간에 우리 게임이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56에서 864까지, 성장의 계단들
앱인토스 DAU 대시보드 (25.11.17 ~ 25.12.23)
11월 25일, 평소처럼 대시보드를 열었어요. DAU: 197명. 어제보다 두 배. 그래프가 수직으로 치솟아 있었습니다.
“뭐야, 이거 버그 아니야?” 착각이 아니었어요. 유물 보따리 업데이트를 배포한 날이었거든요. 우리가 만든 컨텐츠가 숫자로 증명되는 순간이었습니다.
12월 17일, ‘지옥’ 스테이지 출시와 함께 토스 푸시 알림이 나갔어요.
DAU 334명, 다음 날 850명, 12월 21일 864명. 56명으로 시작한 게임이 한 달 만에 하루 864명이 플레이하는 게임이 됐습니다.
물론 알고 있었어요. 푸시 알림으로 들어온 유저들은 쉽게 떠난다는 것.
하지만 우리가 원한 건 따로 있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해서 남는 유저를 늘리는 것. 그리고 새로운 다회차 컨텐츠로 기존 유저들의 리텐션을 높이는 것.
56에서 864까지. 그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새벽 2~3시까지 코드를 짜던 밤, “이거 재미없는 것 같아요”라며 타격감을 고민하던 시간, 문성님의 아트를 보며 두근거렸던 순간.
그 모든 시간들이 쌓여서 만들어낸 곡선이었거든요.
73.1%, 우리가 노린 타겟
그렇다면 누가 설화를 플레이하고 있을까? 데이터를 열어봤습니다.
앱인토스 연령 대시보드 (25.11.17 ~ 25.12.23)
| 연령대 | 유저 수 | 비율 |
|---|---|---|
| 20대 후반 | 2,129명 | 27.7% |
| 30대 초반 | 1,654명 | 21.5% |
| 40대 | 1,470명 | 19.1% |
| 30대 후반 | 1,110명 | 14.4% |
| 20대 초반 | 735명 | 9.5% |
| 50대 | 377명 | 4.9% |
| 60대 이상 | 167명 | 2.2% |
| 10대 | 56명 | 0.7% |
20대와 30대가 전체의 73.1%. 처음 기획할 때 우리가 그렸던 페르소나가 정확히 이거였거든요.
“퇴근 후 지하철에서 10분 정도 가볍게 즐기는 직장인”
조선 설화라는 컨셉. 구미호, 도깨비, 저승사자. 어린 시절 할머니한테 들었던 이야기, 국어 시간에 배웠던 전래동화.
20~40대에게 이 컨셉은 향수이자 신선함이었던 걸까요. 우리의 직감이 옳았다는 걸, 숫자가 증명해줬습니다.
35일 후에도 돌아온 7명
앱인토스 리텐션 대시보드 중 일부 (25.11.17 ~ 25.12.23)
리텐션 데이터. 사실 가장 두려웠던 지표였어요. “한 번 하고 지워버리면 어떡하지?”
출시 첫날(11/17) 들어온 56명의 유저.
35일.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7명의 유저가 여전히 설화를 플레이하고 있었어요.
토스 앱 안의 미니앱에서 35일 후에도 돌아오는 유저가 있다는 것. 버그투성이였던 초기 버전, 밸런스도 엉망이었던 그 게임을 한 달 넘게 꾸준히 플레이해준 사람들.
저는 이 7명을 ‘설화의 코어 유저’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지만, 어딘가에서 우리 게임을 좋아해주는 7명이 있다는 사실.
7명이면 충분했습니다. 우리가 만든 게 누군가의 하루에 존재한다는 증거니까요.
이 글을 처음 쓴 건 12월 11일, 수상 메일을 받던 날이었어요. 지금은 12월 24일. 지난 37일간의 데이터를 정리해봤습니다.
| 지표 | 수치 |
|---|---|
| 총 신규 유저 | 5,409명 |
| 누적 세션 | 6,693세션 |
| 피크 DAU | 864명 |
| 평균 DAU | 약 181명 |
5,409명의 시간, 5,409명의 기대, 5,409번의 선택.
그 무게를 생각하니 책임감이 밀려왔어요. 숫자는 차갑지만, 그 뒤에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
조선 설화라는 컨셉이 통했다는 것.
경험이 없어도 진심은 통한다는 것.
그리고 작게 시작해도 끝까지 가면 남는 게 있다는 것.
45일간의 새벽들
10월 초, 토스 공모전 공고를 발견했어요. 번아웃에서 겨우 빠져나온 직후였거든요. 6개월간 혼자 끙끙대던 사이드 프로젝트가 흐지부지 끝나버린 뒤, 한동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공모전은 달랐습니다. 마감이 있었고, 무엇보다 ‘팀’이 있었거든요.
“이번엔 다를 거야.” 그렇게 다짐하며 팀원들에게 연락했습니다.
첫 미팅. “게임 개발 해본 사람 있나요?” 침묵 속에서 터진 웃음. 게임 개발 경험 제로, 도트 아트 경험 제로, 남은 시간 45일. 그 무모한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퇴근 후 저녁 10시 디스코드 접속. 새벽 2시 “고생하셨어요, 이따 봐요.” 그리고 아침에 출근해서 만난 뒤 또 저녁 10시. 45일 동안 거의 매일 그랬습니다.
몸은 분명 지쳤어요. 본업이 끝나고 또 다른 일을 해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싫지는 않았어요.
문성님이 “아이디어-시안” 채널을 활성화시킬 때마다 두근거렸고, 승주님이 “이 기능 구현했어요”라고 할 때마다 설렜고, 우리가 만든 게임을 함께 플레이하며 웃을 때마다 행복했거든요.
자유로운 분위기 안에서 열정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 그 자체가 보상이었습니다.
공모전 그 이후
숨기지 않을게요. 많은 공모전 프로젝트가 수상 후 방치됩니다. 상금 받고, 수상 경력 한 줄 추가하고, 끝. 우리도 그럴 수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설화는 공모전을 위해 만든 게임이 아니거든요. 공모전은 계기였을 뿐이에요. 마감이라는 압박이 있어야 뭔가를 끝낼 수 있는 우리에게 좋은 핑계가 되어준 것뿐.
진짜 목표는 메이커로서 한 사이클을 완성해보는 것. 기획하고, 개발하고, 출시하고, 피드백 받고, 개선하고. 그리고 “이 정도면 됐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다듬는 것. 우리 셋 모두 그런 경험이 없었어요. 사이드 프로젝트는 많이 시작했지만, 끝까지 간 건 거의 없었거든요.
그래서 45일 만에 제출한 이후로도 계속 달리고 있어요.
- 유물 보따리: 로그라이크의 핵심인 빌드 다양성을 위해 추가한 시스템. 이 업데이트를 배포한 날 DAU가 피크를 찍었어요.
- 네임드 몬스터 시스템: 처치할 “강력한 적”을 만들고 그에 대한 보상을 유물 보따리와 연결했어요.
- ‘지옥’ 스테이지: 지루한 반복에 지친 유저들을 위한 하드코어 컨텐츠. 0~15단계까지 기획했고, 현재 6단계까지 출시했어요.
- 밸런스와 버그 패치: 신고 기능으로 들어온 피드백들을 하나씩 반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은 ‘제단’이라는 맵 상호작용 컨텐츠와 남은 단계의 ‘지옥’ 스테이지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문성님은 새로운 아트를 그리고 있고, 승주님은 제단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어요.
자식처럼 키워보기로 했으니까요. 첫걸음마를 뗀 설화가 뛰어다닐 때까지, 우리는 계속 메이킹할 겁니다.
마치며
앱인토스 수상작 중 작고 귀여운 한 줄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릅니다. “장려상이잖아, 대상도 아니고.”
맞아요. 대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이 장려상이 시작점이에요. 경험이 없어도 도전할 수 있다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놓은 후에도 계속 다듬을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걸 증명해준 상이니까요.
오늘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예요. 이 글을 마무리하며 문득 생각했습니다. 올해 받은 가장 큰 선물이 뭘까.
장려상이었어요. 트로피도 상금도 아니고, “너희가 만든 게 의미 있었어”라는 인정.
그게 저에겐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습니다.
함께해준 문성님, 승주님. 설화를 플레이하고 피드백으로 키워주신 모든 유저분들.
그리고 가능성을 봐주신 심사위원분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게임 개발 경험 제로였던 세 명의 도전. 장려상으로 하나의 쉼표를 찍었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그래서 계속합니다.
한 사이클이 완성될 때까지, 우리는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설화는 토스 앱의 게임 탭(인디/액션 장르)에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iOS 유저라면 App Store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어요.
수상작 소개: 토스 HTML5 게임 챌린지 수상작 발표
설화의 개발 과정이 궁금하다면: (오늘이 마감인) 앱인토스 HTML5 공모전 도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