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감인) 앱인토스 HTML5 공모전 도전기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그동안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어요.
Kepler Pop. 야심차게 준비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iOS 개발자 계정을 구매하고, 배포 직전까지 갔었죠.
하지만 테스트를 반복하면서 냉정하게 마주한 현실이 있었습니다. “이 게임, 재미없어.”
솔직히 인정하기 쉽지 않았지만, 시장에 내놓기엔 부족했습니다.
결국 피벗을 결정했습니다.
한 달을 쉬었습니다. 번아웃이 왔던 걸까요. 코드를 보기 싫었고, 게임 개발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멍하니 시간을 보내던 10월 초, 우연히 토스 HTML5 게임 챌린지 공모전 공고를 발견했습니다.
마감까지 남은 시간, 정확히 45일.
손가락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컴퓨터를 켜고, 팀원들과 기획안을 쓰기 시작했죠. 이번엔 다를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게임 설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설화 - 조선 설화 로그라이크 액션
게임 개발 경험 제로, 세 명의 도전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디자이너 문성님, 개발자 승주님과 함께 진행하게 됐어요.
첫 미팅 날,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저희 중 게임 개발해본 사람 있나요?”
침묵이 흘렀습니다.
저와 승주님은 앱 서비스 위주의 프론트엔드만 다뤘고, 문성님은 도트 아트를 만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럼… 뭘 만들 수 있죠?”
영화 - 세 얼간이
누군가의 질문에,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웃기지 않나요? 게임 개발 경험 제로인 팀이 게임 공모전에 도전한다니.
하지만 우리에겐 명확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뱀파이어 서바이벌처럼 중독성 있는 게임플레이에, 우리만의 IP를 담자.”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했습니다. 화이트보드에 온갖 아이디어가 쏟아졌어요. 중세 판타지, 사이버펑크, 우주 SF… 하나같이 이미 많이 봐온 컨셉들이었습니다.
“잠깐, K-게임은 어때요?”
문성님의 한마디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케이팝데몬헌터스가 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고, 한국적 컨셉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었죠.
“조선시대는 어떨까요? 구미호, 도깨비, 저승사자…”
바로 그거였습니다. 조선 설화. 게임 시장에서 흔하지 않은, 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세계관.
그렇게 우리는 1개월 (기한 연장으로 1.5개월이 되었지만…) 동안 새벽을 불태우기 시작했습니다.
마감 D-7, 예상치 못한 복병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던 어느 날, 디스코드에 메시지를 공유했습니다.
“앱인토스 출시하려면 게임등급심사 필요하대요…”
손이 멈췄습니다. 게임등급심사? 그게 뭐죠?
급하게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갔습니다. 견적을 받아보니, 50% 할인을 받아도 9만원. 문제는 돈이 아니었습니다.
“심사 기간: 약 1주일 소요”
마감까지 남은 시간? 정확히 7일.
반려라도 되면 끝입니다. 공모전에 제출조차 못하는 거죠. 세 명 모두 패닉에 빠졌습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저는 공모전 FAQ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요.
“찾았어요!”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 등 권한을 위임받은 플랫폼에서 컨텐츠 등급을 받으면 된다는 거였습니다. 심사 기간을 기다릴 필요 없이, 앱을 출시하기만 하면 됐어요.
문제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우리 게임은 HTML5 웹게임. 네이티브 앱이 아니었죠.
“Flutter로 감싸면 되지 않을까요?”
그날 밤, 저는 처음으로 Flutter를 공부했습니다. WebView를 띄우고, 게임을 로드하고, 빌드하는 방법까지. 새벽 4시가 되어서야 Xcode에서 Archive 버튼을 눌렀습니다.
인증서를 발급받고 인게임 스크린샷을 만드는 작업 또한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어요.
“App Store Connect 업로드 성공”
그렇게, 생애 첫 iOS 앱을 배포하게 됩니다.
이틀 뒤 아침, 앱 심사 승인 메일을 받았습니다. 웹게임을 네이티브 앱으로 변환하는 데 걸린 시간, 심사 완료까지 정확히 3일이었습니다.
10분에 담아낸 중독성, 퇴근 후의 전쟁
가장 큰 고민은 이거였습니다. “어떻게 10분 안에 유저를 사로잡을까?”
우리 모두 본업이 있었습니다. 평일 주간의 모든 시간은 회사 일, 저녁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설화. 주말? 그런 건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빠르게 회의를 진행하고 디스코드 채널에 우선순위를 정리했습니다.
[Must Have - 이게 없으면 게임이 아님]
- 다종 무기 시스템 (활, 부채, 검)
- 성장의 쾌감 (레벨업 시 스킬 선택)
- 효과음 (공격 시, 피해 시)
- 진동 피드백 (피격 시 타격감)
- 보스전 (클라이맥스)
[Nice to Have - 있으면 좋지만…]
- 유물 시스템
- 추가 스테이지
- 맵 내의 상호작용
- 다양한 스킨
어느 금요일 밤, 승주님이 슬랙에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작두날 타격 모션 구현했는데… 이거 뭔가 심심한데요.”
모니터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플레이해봤죠. 맞아요, 뭔가 심심했어요. 공격 모션 자체는 잘 구현됐지만, 뭔가 허전했습니다.
“피격 당할 때 진동 넣어볼게요. 효과음도 준비된 대로 넣을까요?”
한 시간 뒤, 다시 플레이해봤습니다. 적의 공격을 받을 때마다 드드득 하는 진동이 손에 전해졌습니다. 도깨비불이 닿을 때는 불타는 효과음이, 적에게 피해를 줄 때는 타격음이 울려퍼졌죠.
“이거다!”
우리는 그날 밤 모든 무기와 상황에 맞는 효과음을 추가했습니다. 작두를 휘두를 때는 ‘채앵챙’, 부채바람을 날릴 때는 ‘슝수웅’. 그리고 피격 시에는 진동으로 긴박감을 더했습니다. 새벽 4시가 되어서야 만족스러운 타격감을 만들어냈죠.
설화 - 인게임 화면 with 유물 컨텐츠 (Coming Soon)
그리고 며칠 뒤, 문성님이 디스코드에 파일 하나를 올렸습니다.
“배경음 작업했어요. 한번 들어보세요.”
헤드폰을 끼고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조용한 서주가 흐르더니, 점점 긴장감이 고조되는 멜로디. 그리고 중간 부분, 아지랑이처럼 몽환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선율이 흘러나왔습니다.
“와… 기깔나는데요?”
순간 손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승주님도 동시에 메시지를 쳤죠.
“특히 아지랑이 부분이 미쳤어요.”
게임을 다시 실행했습니다. 이번엔 배경음과 함께. 캐릭터가 움직이고, 적들이 쏟아지고, 무기를 휘두르는데… 완전히 다른 게임이었습니다. 배경음 하나로 게임의 몰입도가 몇 배는 올라갔어요.
조선 설화의 분위기가 음악으로 완벽하게 살아났습니다.
일주일 뒤, 보스 처리까지 한 사이클을 완성했습니다. 처음 플레이하는 사람도 10분 안에 엔딩을 볼 수 있는 게임. 하지만 한 번 더, 한 번만 더 하고 싶어지는 게임.
제출 전날 밤, 마지막으로 플레이해봤습니다. 30분이 훌쩍 지나있었습니다. 우리끼리 웃었죠.
“나쁘지 않은데? ㅋㅋㅋ. 이거 괜찮은데?”
(공모전 제출은 했지만, 아직도 수정하고 싶은 버그들이 있어요. 심사가 끝나면 바로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ㅜㅜ)
공모전 기한은 끝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개발 중입니다. 유물 시스템, 인게임 이벤트, 새로운 스테이지. App Store에 먼저 추가하면서 하나씩 실험하고 있어요.
*참고로, 진동 피드백과 리더보드, 데이터 로깅은 토스 앱에서만 제공됩니다.
마치며
앱인토스 - 설화
짧고 굵었던 한 달 반.
여전히 저녁마다 디스코드를 켜고, 피그마를 열고, 커서를 실행합니다. 설화는 더 이상 공모전용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우리 세 명의 열정이 담긴, 계속 성장하는 게임이 됐어요.
돌이켜보면, 이전의 실패가 있었기에 설화가 가능했습니다. 앱을 배포해볼 수 있었고, 혼자였다면 이만큼 성과를 만들지 못했을거예요.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새벽 2시, 디스코드 채널에 문성님이 새로운 캐릭터 스프라이트 시안을 올렸을 때. 주말 오후, 승주님이 “보스 패턴 개선했어요” 라고 말할 때. 그리고 우리가 함께 만든 게임을 플레이하며 웃을 때.
혼자가 아니라는 게, 이렇게 큰 힘이 될 줄 몰랐습니다.
게임 개발 경험이 전무했던 세 명이 만든 설화. 완벽하지 않습니다. 아직 고쳐야 할 버그도 있고, 추가하고 싶은 기능도 수두룩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해냈습니다. 45일 만에 하나의 게임을 세상에 내놓았죠.
설화는 토스 앱의 게임 탭(롤플레잉 장르)에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이니, 한 번 플레이해보시고 피드백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우리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