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개발자'라는 자기 의심을 넘어, 진짜 '제품 메이커'가 되기까지
들어가며
보름 뒤면 입사 2주년이 됩니다. 대학원 1학기를 마치고, ‘Swap’이라는 큰 프로젝트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면서 문득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가짜 개발자가 아닐까?”
이 생각은 처음에는 가벼운 의심에서 시작됐지만, 점점 더 깊은 고민으로 발전했고, 꽤 마음고생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고민을 통해 오히려 더 명확한 자기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가짜 개발자’라는 자기 의심
내가 생각했던 “진짜 개발자”
제가 머릿속에 그렸던 “진짜 개발자”는 굉장한 스페셜리스트였습니다. 복잡한 로우레벨(low-level) 기술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기술자, 미디어에서 다루던 해커 같은 사람들이었죠.
- 컴파일러를 만들고
- 운영체제를 개발하며
-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설계하는
그런 기준으로 저 자신을 바라보니,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누군가 만든 프레임워크를 사용해서 서비스를 만드는 빌더 역할을 주로 해왔습니다. React, Vue 등의 프레임워크로 프론트엔드를 구축하고, 기존 라이브러리들을 조합해서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는 일들이었습니다.
나는 진짜 개발자인가?
더 심각한 자기 의심은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혹시 내가 학력과 소프트 스킬로 부족한 실력을 감추고 있는 건 아닐까?
대학원에 진학한 것도, 팀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고 평가받는 것도, 모두 순수한 개발 실력 부족을 가리는 포장지 같은 건 아닐까?
실력만으로 승부하지 않는 “가짜 개발자”라는 생각이 점점 커져갔고,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배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생각의 전환점: 제너럴리스트로서의 가치 발견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저는 제너럴리스트로서 더 적합한 사람이었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스페셜리스트가 한 분야에서 깊이 파고드는 전문성을 가진다면, 제너럴리스트는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집니다. 저는 분명히 후자에 더 가까웠습니다.
AI 시대의 새로운 기회
특히 AI의 대중화는 제너럴리스트에게 더 큰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 ‘Kepler Pop’ 게임 개발 프로젝트에서 경험했듯이, AI 도구들을 활용하면 한 사람이 디자인부터 개발, 기획까지 전체 프로덕트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곧 깊은 전문성보다는 다양한 영역을 이해하고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가 왔다는 의미입니다.
완벽에서 완료로: 제품 메이커로서의 성장
현재 회사인 아이오트러스트 입사 후 2년을 돌아보니 명확한 변화의 패턴이 보였습니다.
첫 1년: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완벽”을 추구
#코드_완성도 #기술적_완벽함 #잘하는_개발자
당시 저는 리팩토링과 기술 부채 해결에 상당한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코드가 더 깔끔해지고, 구조가 더 명확해지면 분명히 더 좋은 제품이 될 거라고 믿었죠.
하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상황이 달랐습니다. 비즈니스는 적재적소에 맞는 제품을 필요로 합니다. 제품이 유연하려면 기술 부채를 해결할 여유로운 기간이 부족했습니다.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가슴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순간들이 꽤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급하게 배포해야 하지?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훨씬 좋은 코드로 만들 수 있는데…”
최근 1년: 제품 메이커로서 “완료”에 집중
#사용자_지향 #타협과_완주 #좋은_제품은_목표
현재는 사용자에게 더 많은 기능을 선보이고 리텐션(재방문율)을 높게 유도할 수 있는 기능을 고도화하는 등, 제품이 빠르게 배포될 수 있는 방향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코드보다는 사용자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우선시하게 된 것입니다.
성장에 대한 새로운 관점
저는 성장이 욕심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만족이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의 성장과 가파른 성장의 차이는 분명히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가파른 성장을 하고 싶고, 계속해서 많은 흔적을 남기고 싶습니다.
작년의 내가 부끄럽고, 읽히지 않던 코드 구조가 눈에 익고, 모호한 요구사항을 좀 더 명확하게 요청할 수 있는 경험이 조금씩 쌓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며
여전히 저는 기대감에 설레고 꿈을 꿀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가짜 개발자’라는 자기 의심에서 시작된 고민이 오히려 더 명확한 정체성을 찾아주었습니다. 저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로서, 순수한 개발자가 아닌 제품 메이커로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틀린 길이 아니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질 능력들을 이미 갖추고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입사 2주년을 맞이하며, 앞으로의 여정이 더욱 기대됩니다. ‘가짜’가 아닌 ‘진짜’로서, ‘완벽’보다는 ‘완료’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메이커가 되어가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낼 서비스들이 누군가에게는 꿈과 희망이 되기를, 그래서 저 자신도 계속 꿈꿀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